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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아닌 '당연'한 것이 된 ESG - 환경과 사회에 대한 지속 가능성의 추구

기타 / ESG
2024.02.15
자신의 동료가 뇌물을 받은 것이 아님을 알게 된 한 직장인이 ”그래도 다행입니다. 뇌물이 아니라서요”라고 말하자, 상사가 이렇게 말합니다. ”당연한 걸 다행이라고 하는 세상입니까?”

개인적으로 명작으로 꼽는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한 장면입니다. 이 세상에는 당연했던 것이 다행으로 느껴지는 일도, 반대로 다행이라고 여겼던 것이 당연하게 바뀌는 일도 존재합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스페인 북부의 산양 피레네 아이벡스(Pyrenean Ibex)가 살고 있던 과거에 그 존재는 당연한 것이었겠죠. 하지만 마지막 한 마리만 살아남아 있던 2000년에는 그 사실 자체가 다행으로 여겨졌을 겁니다. 결국 멸종했지만요.

과거 모두가 성장과 이윤만을 추구하던 시절에는 환경이나 사회적 영향력을 신경 쓰는 기업이 드물었습니다. 그런 기업이 하나라도 등장하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곤 했죠.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시대정신은 달라졌으며, 시민의식 역시 성숙해졌습니다. 이제는 ‘ESG’로 대표되는 기업의 선한 활동과 영향력은 자의든 타의든 꼭 실천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ESG는 곧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입니다.
기업 운영에 있어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죠. 기업 투자의 관점에서도 ESG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인 ‘사회책임투자(SRI)’나 ‘지속가능투자’를 진행할 때 ESG는 기업의 재무적 요소들과 함께 고려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없던 이러한 투자 방식은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알려줌과 동시에 기업의 행동이 사회에 이익이 되도록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벨기에, 독일, 스웨덴, 영국, 캐나다 등 여러 국가에서 이미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으며, UN은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 이슈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위원회의 2021년 발표에 따르면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가 의무화되며,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될 것이라고 합니다. 기업을 평가하는 데 있어 ESG는 ‘중요한 요소’를 넘어 ‘필수’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안팎으로 이루어지는 ESG의 진화
기업들은 다양한 ESG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분야에서 기업들이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대표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환경(Environment)
 
 -  환경 오염 및 환경 규제
  -  기후 변화 및 탄소 배출
  - 생태계 보존 및 생물 다양성
  - 자원 및 폐기물 관리
  - 에너지 효율
  •      사회(Social)
                    - 고객 만족
                   - 데이터 및 개인정보 보호
                   - 인권 보장
                   - 성별, 인종 등 다양성
                   - 근로자 안전 및 지역사회와의 관계
  •      지배구조(Governance)
               -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구성
                       - 기업 윤리
                       - 뇌물 금지 등 반부패
                       - 정보의 투명성
                       - 내부 고발자 등 제도











다만, ESG에 대한 인식만큼 관련 제도나 활동이 완벽하게 자리 잡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에 따라 특정 분야에 편중된 ESG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경 보존을 위한 활동에는 큰 노력을 기울이지만, 개선이 어려운 내부 비리가 있는 기업이 존재한다면, 과연 ESG 경영을 제대로 실천하는 건강한 기업이라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처음부터 모든 기업이 완벽하게 균형 잡힌 ESG 활동을 실천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에 중견급 이상의 기업들도 여전히 새롭게 ESG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LG CNS는 교육 및 에듀테크 사업을 확대함과 동시에 이를 ESG 경영 활동으로 특화시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자체 개발한 AI 영어학습앱 ‘스피킹클래스’를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교육 출판 전문기업 ‘미래엔’과 ‘AI 디지털교과서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또 중앙대학교와의 산학협력을 통한 보안 인재 육성 사업과 미래 DX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AI 지니어스’ 프로그램도 운영 중입니다.

빅테크 역시 ESG 경영에서 예외는 아니죠. 네이버는 최근 빅테크를 넘어 글로벌 ESG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204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 이하로 만들겠다는 ‘2040 카본 네거티브’ 비전을 발표했는가 하면, 국내 중소상공인의 성장을 돕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기업뿐 아니라 연구 기관 역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한국ESG연구소(대신경제연구소 자회사)는 지난 3월 ‘ESG 평가모델 및 KRESG ESG플랫폼 설명회’를 통해 AI를 활용해 언론 기사에 등장한 각 기업의 ESG 리스크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기업은 AI를 통해 자사의 ESG 관련 정보와 평가 등을 확인해 투자자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처럼 ESG의 중요도 상승은 관련된 주변의 제반 환경 변화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척’이 아닌 ‘진심’ 발현의 필요성 
사실 기업들의 초기 ESG 활동은 투자자들을 의식하며 ‘눈치’를 본다는 느낌을 많이 준 것이 사실입니다. 환경과 사회에 대한 성숙한 의식이 전무한 채로 투자를 받기 위해 억지로, 울며 겨자 먹기로 시행한 활동도 적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투자자들에 대한 눈치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투자자들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소비자들의 의식 역시 성숙해졌기 때문입니다. MZ세대로 대표되는 현재의 젊은 소비자들은 환경 및 사회적 공헌도가 높은 ‘착한 기업’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찾습니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기업들은 이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ESG에 대한 진심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죠.

ESG 관점에서 ‘척’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환경과 사회를 위하는 척,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춘 척 등 이러한 가식적 태도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보장하지 못할 것입니다. 올바른 기업과 브랜드는 결국 올바른 태도에서 발현하는 것이고, 올바른 태도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일관성’입니다. ESG에 대한 일관적 관점과 태도가 있을 때 관련 활동에도 역시 진심이 묻어날 것이라 믿습니다.
환경에 대한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옷을 만들고, 재활용을 장려하기 위해 자사의 옷을 사지 말라고 광고했던 미국의 ‘착한’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립자 이본 쉬나드는 지난 2022년 9월 자신과 가족이 소유한 30억 달러에 달하는 파타고니아 지분 전체를 환경단체와 비영리재단에 인도했습니다. 매년 1억 달러에 달하는 파타고니아의 수익도 전액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활동에 사용할 것이라고도 밝혔죠. 이본 쉬나드는 “소수의 부자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난한 사람으로 귀결되는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가 조성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내 삶을 올바르게 정리할 수 있게 돼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재무적 성장과 ESG에 대한 진심 어린 실천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파타고니아와 같은 또 다른 기업이 아주 많이 탄생하기를 바랍니다.


장윤성
매거진 <B> 시니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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