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로그
ESG를 위한 클라우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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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우드
2024.02.16
저명한 경영 컨설턴트인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가 2003년에 “IT는 중요하지 않다 (IT Doesn’t Matter)”고 선언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주장이 점차 현실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서 IT 자원이 일상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기업들은 내부 IT 인프라와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구축을 통해 IT 역량을 확보했다면,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업들이 IT 자원을 서비스 형태로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최신 소프트웨어, IT 유지보수까지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해졌습니다. 즉,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IT 자원이 ‘전기’와 같은 유틸리티가 된 것입니다.
IT 업계의 중심이 된 클라우드 컴퓨팅
Society for Information Management의 <IT Trends Study>에 따르면, 2010년대 이래로 기업들의 클라우드 컴퓨팅 투자는 꾸준히 증가했고, 코로나19로 인해 클라우드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2020년 이후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업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IT 투자 영역으로 50% 이상의 IT 서비스가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되고 있습니다.1)
클라우드 컴퓨팅을 지탱하는 건 대규모의 데이터센터로, 흔히 데이터가 ‘구름(클라우드)’ 위에 있다고 얘기하는 건 ‘데이터센터’에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를 의미하는 표현입니다. 데이터센터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음이 명백해지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이 ESG 전략과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1년, 글로벌 IT 리서치 기업인 Gartner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미래를 위한 4가지 메가트렌드 중 하나로 지속가능성과 탄소 지능적인(carbon-intelligent) 클라우드를 꼽았습니다.2) 이에 따라, 2027년까지 75%의 IT 벤더들이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대한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으로 예측됩니다.3)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IT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ESG 전략의 주요 요소로서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친환경 기술일까?
클라우드 컴퓨팅의 ESG 성과(특히 환경 성과)에 대해 논할 때 서비스 벤더 입장에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성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의 가치사슬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내부 IT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대체하고 있는 클라이언트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성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클라이언트 기업들은 탄력적으로 IT 자원을 조절할 수 있고 필요한 만큼만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불필요한 IT 투자를 방지하고 내부 IT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AI/ML(인공지능/머신러닝)을 통해 오토스케일링이 고도화되고 있으며, IT 자원 수요를 사전에 예측해서 클라우드 인스턴스를 선제적으로 조절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탄력적인 자원운용이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클라우드를 통해 기업들은 최신 소프트웨어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운영 및 생산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반의 에너지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습니다.
경제 전체를 봤을 때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버의 활용은 개별 기업의 IT 자원 관리보다 더 효율적입니다. 2020년에 Science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데이터센터 규모가 5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량은 6% 증가에 그쳤습니다.4)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클라우드 투자로 인해 클라이언트 기업에서의 에너지 효율성이 증가했으며, 그로 인해 감소한 에너지 소비량은 미국 내 모든 데이터센터에서의 에너지 소비량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5) 즉, 클라우드 서비스 벤더에서의 에너지 소비뿐 아니라 클라이언트 기업에서의 에너지 효율성 증가를 함께 고려한다면, 클라우드 컴퓨팅은 IT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 총량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SG 전략으로의 클라우드 컴퓨팅 활용
그렇다면 클라우드 컴퓨팅은 친환경 투자로서 ESG를 위한 전략이 될 수 있을까요? 이는 기업의 클라우드 전략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투자가 ESG 전략과 병행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사항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첫째, 클라이언트 기업들은 서비스 벤더들의 환경 성과를 면밀히 평가 후,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택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센터입니다. 데이터센터에서 서버 온도관리를 위한 에너지 소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지역의 환경적 요인이 중요하며, 데이터센터가 친환경 재생에너지에 의해 구동되는지도 주요 고려 요소입니다. 퍼블릭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경우에 기업은 어느 데이터센터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을지 ‘클라우드 서비스 지역’을 선택할 수 있는데, 네트워크 성능뿐 아니라 환경 성과까지 고려하여 기업의 ESG 전략에 부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Google Cloud는 네트워크 성능, 비용, 탄소배출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기업들의 전략에 따른 클라우드 서비스 최적화를 돕고 있습니다.6)
또한, 클라우드 서비스의 에너지 효율성은 아키텍처 디자인과 애플리케이션의 전력 최적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동일한 기술 구성 요소를 활용하더라도, 클라우드를 구성하는 아키텍처 설계를 최적화하는 것만으로도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데이터센터의 워크로드 최적화를 통해서 더 적은 클라우드 자원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운영 최적화를 위한 AI 기술도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ESG를 위한 클라우드 전략의 첫걸음은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전력 효율화에 투자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벤더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둘째,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의 측정 및 공시 전략에 대해서 고려해야 합니다. <온실가스 프로토콜>에 따르면, 기업의 탄소배출은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기업 운영에서 직접 배출되는 탄소는 Scope 1, 기업이 소비하는 에너지(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배출되는 탄소는 Scope 2, Scope 2를 제외하고 기업의 가치사슬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간접적인 배출은 Scope 3에 포함됩니다. 기업의 내부 IT 운영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 배출은 IT 자원이 소모한 전기에너지에서 발생하는 Scope 2에 해당하며, 이는 기업이 지속가능성 보고서 작성 시 온실가스 프로토콜을 준수하기 위해서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만약 기업이 내부 IT 인프라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대체한다면, 클라우드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 배출은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Scope 3에 해당하며, 현행 온실가스 프로토콜은 이에 대한 보고를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내부 IT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옮겨갈 때 이에 해당하는 Scope 3 배출에 대한 정보 공시를 누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7)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클라우드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모두 서비스 벤더의 책임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행태는 소비자나 투자자들에게 클라우드 투자를 통해 기업 IT 운영의 환경 책임을 서비스 벤더에 전가하는 ‘그린워싱’(기업 활동을 친환경적으로 포장하려는 행위)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자칫 기업의 ESG 전략에 위배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ESG 전략을 위해선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발생하는 Scope 3 배출을 어떻게 ESG 정보공시에 포함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최근 주요 클라우드 벤더들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탄소 계산기를 제공하고 있으며, Cloud Carbon Footxxxxprintxxxx와 같은 오픈소스 기반의 분석 도구들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탄소 배출 측정 및 공시에 대한 표준화된 규정이 없어 서비스 벤더와 클라이언트 모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클라우드에 관한 표준화된 탄소 회계처리 및 공시 기준에 대한 정립이 시급히 요구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친환경 기술이 될 수 있고, 기업의 ESG 전략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기업들은 클라우드 투자가 자동으로 환경 성과를 높이고 ESG 성과로 이어진다고 속단해선 안 됩니다. 아키텍처 디자인, 데이터센터 설계 및 운영, 애플리케이션의 전력 최적화 등에 따라 클라우드 서비스의 환경 성과가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고, 이를 고려하여 ESG를 위한 최적의 클라우드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이러한 클라이언트 기업들의 친환경 클라우드에 대한 요구는 클라우드 벤더들이 친환경 기술과 재생 에너지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클라우드 컴퓨팅 가치사슬 전체의 환경 성과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동시에,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인식할 때 비로소 클라우드 투자는 기업의 ESG 전략에 녹아들 수 있을 것입니다.
박지용
조지아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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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trends.simnet.org/
2) https://www.gartner.com/en/newsroom/press-releases/2021-08-02-gartner-says-four-trends-are-shaping-the-future-of-public-cloud
3) https://www.gartner.com/en/newsroom/press-releases/2023-05-02-gartner-predicts-75-percent-of-organizations-will-have-implemented-a-data-center-infrastructure-sustainability-program-by-2027
4) Masanet, E., Shehabi, A., Lei, N., Smith, S. and Koomey, J., 2020. Recalibrating Global Data Center Energy-Use Estimates. Science, 367(6481), pp.984-986.
5) Park, J., Han, K. and Lee, B., 2023. Green Cloud? An Empirical Analysis of Cloud Computing and Energy Efficiency. Management Science, 69(3), pp.1639-1664.
6) https://googlecloudplatform.github.io/region-picker/
7) Park, J., 2023. Hiding IT’s Carbon Footxxxxprintxxxx in the Cloud? Cloud Migration, Corporate Carbon Disclosure, and Environmental Performance. Working Paper.
※ 기업명 검색 시, 근무기업의 사업자등록증에 기재된 한글 기업명이 가장 정확하게 검색됩니다. (예시: LG CNS → 엘지씨엔에스)